호르무즈 호송 전쟁터
150척 유조선 갇히고 운임 3배 급등…이란 미사일, 민간 선박 무차별 격침
호르무즈 호송 전쟁터, "스카이라이트호 침몰, 선원 사망"…글로벌 해운 마비 직전
150척 유조선 갇히고 운임 3배 급등…이란 미사일, 민간 선박 무차별 격침
호르무즈 해협이 진정한 전쟁터로 변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민간 유조선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면서 세계 원유 수송로가 사실상 폐쇄되고 있다. 최소 150척의 선박이 동맥 막힌 몸처럼 해협 인근에서 표류 중이고, 선원들의 생명마저 위협받고 있다.
"침몰 직전"…팔라우 선적 스카이라이트호 피격
1일(현지시간) 오만 당국의 신고로 호르무즈 해협의 비극이 현장 중계되기 시작했다. 팔라우 선적 유조선 스카이라이트호가 오만 카사브항 북쪽 5해리 지점에서 미확인 발사체 공격을 받아 선원 4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란 국영 TV는 "해협을 불법으로 통과하려다 공격받은 유조선이 현재 침몰 중"이라며 불에 휩싸인 배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영상을 방송했다. 배에는 인도 국적 선원 15명과 이란 국적 선원 5명이 탑승해 있었다. 승무원 전원이 배에서 탈출했지만 4명은 병원에 이송돼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이 선박은 이란 석유제품을 운송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미국 재무부의 제재 대상에 이미 올라있던 배였다.
선원 사망, 연일 피격 사례 발생
더 끔찍한 일은 그 다음이었다. 마셜제도 선적 유조선 'MKD VYOM'호는 오만 해안에서 항해 중 포탄에 직격을 맞아 선원 1명이 사망했다. 배의 기관실에 불이 붙었으나 다행히 진화됐다. 같은 날 아랍에미리트(UAE) 제벨알리 항 인근에서도 공중 요격된 발사체의 잔해가 떨어지며 유조선 1척이 피해를 입었고, 다른 급유용 유조선도 드론의 표적이 됐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의 보고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과 오만·UAE 인근 해역에서 최소 3건 이상의 선박 피격 사례가 발생했다. 오만 정부가 호송을 위한 우회 항로로 추천한 두쿰 항구도 드론 2대의 공격을 받아 항만 노동자 1명이 다쳤다. 이란은 모든 우회 경로마저 차단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150척 선박, 바다에서 표류 중
현재 호르무즈 해협은 선박들의 무덤처럼 변했다. 로이터통신의 해상 운송 추적 플랫폼 자료에 따르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은 최소 150척의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나가지 못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카타르 인근 공해상에 정박하고 있다. 반대쪽 오만 앞 바다에도 수십척이 머무르고 있는 상태다.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20~3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된 것이다. 해운기업들의 비상이 걸렸다. 이탈리아 해운기업 MSC는 "걸프 지역에 있거나 이 지역을 지나는 자사 선박에 안전 지역으로 가 있으라"고 지시했으며 중동 지역으로 향하는 화물 운송 계약을 모두 중단했다. 덴마크 해운 기업 머스크도 안전을 이유로 인접 해역 선박들에게 우회하라고 지시했다.
운임 3배 급등, 보험료는 인상·취소 잇따라
선원들의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경제 논리도 가파르게 움직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의 운임이 3배 급등했다. 특히 중동에서 아시아로 가는 항로의 원유선 운임은 이미 40만달러를 넘어섰다. 에너지 전문 보험 중개 기업 파라투스앤파트너스가 최근 발표한 수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보험 시장의 마비다. 해운 보험사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한 보험료를 대폭 인상하거나 아예 보험 적용을 취소하고 있다. 보험료 인상, 전쟁 위험 할증, 선원 위험수당까지 붙으면 선박 1항차의 원가 구조 자체가 급격히 악화된다. 기술적으로는 해협이 열려 있어도 상업적으로는 통행이 불가능해지는 모순이 생긴 것이다.
기뢰 매설 가능성까지…"초토화 직전"
더 심각한 위협은 물 아래 숨어 있을 수 있다. 미 로이터통신은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의 좁은 항로에 기뢰를 매설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군은 지난해 6월 페르시아만에서 해상 기뢰를 선박에 적재한 바 있으며, 당시 미국이 "테헤란이 해협 봉쇄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던 만큼 가능성이 낮지 않다. 국제해운협회(BIMCO)의 야콥 라르센 안전·보안 책임자는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사업상 연관이 있는 선박이 우선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다른 선박들도 고의 또는 오인으로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교통부 산하 해사청은 "호르무즈 해협 접근을 피하라"며 "이 해역에서 운항하는 미국 국적·소유·승무 선박은 미 군함과 최소 30해리 이상 안전 거리를 유지하라"고 공지했다.
트럼프의 해군 호송이 이 상황을 막을 수 있을까?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해군의 유조선 호송을 공약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공약보다 훨씬 복잡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본토에서 가장 가까운 전략적 요충지다. 미 해군이 유조선을 호송하려면 이란의 미사일, 드론, 기뢰의 3중 위협을 뚫고 가야 한다. 또한 150척 이상의 선박을 호송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호송 작전이 시작되면 미-이란 군사 충돌이 급격히 심화될 가능성도 크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호르무즈 해협은 며칠 내로 완전히 폐쇄된 상태로 돌입할 수 있다.
-황지만 기자 -
